"너 술 마시는 걸 내가 봐야겠어."
맥주잔에는 이슬이 잔뜩 맺혀 있었다. 손을 갖다대자 온 몸이 서늘해졌다. 흔들리는 주황색의 불빛 아래서 용기를 내어 한 모금 들이켰다. 알싸한 맥주의 탄산이 목을 자극했다. 혀에는 알코올의 씁쓸함이 남았다. 앞에 놓인 아직 따끈한 감자튀김을 얼른 입으로 집어 넣었다. 식지 않은 기름 탓에 혀가 뜨거웠지만 뱉을 수도 없어 꾹 참고 두세차례 씹고 삼켰다. 그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본인의 술잔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어때?"
그가 물었다.
"써......"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나에게 아주 조금 줄어든 잔을 가리키며 "먹을 만큼 먹는 거야. 내가 책임질게"하며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만에 만난 둘 사이로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졌다. 눈 앞에서 떨어진 그동안의 서로가 살고 있는 세계가 펼쳐졌다. 등장인물은 쉼없이 바뀌고 장소도 바뀌었다. 즐겁고 슬픈 일, 중요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들, 어제 저녁 얘기에서 옛날 얘기와 미래를 가정하는 말들. 정해진 주제 없이 서로의 머리 속을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가운데 그는 잊지 않고 나의 술잔을 가리키며 마시기를 권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두번째로 넘겼던 그 모금은 무척 시원하고 달았다. 체온이 서서히 높아졌지만 그게 대화 때문인지, 연거푸 마신 맥주 때문인지 알기가 어려워졌다.
"나 더워."
꽤 더운 날씨였다. 맥주가 주는 청량감에, 반가움에 더위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맥주가 식고 취기가 올라오자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다. 그는 일어나 계산을 하고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예상과 달리 바깥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발 디딜 틈없이 붐비던 거리는 한산해져 우리 둘 외에는 인적이 없었다. 골목골목 있는 편의점만 거리에 불빛을 건내고 있었다.
우리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고요한 거리. 취기 때문인지 자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땅을 딛는 발에는 힘이 들어갔지만, 한번 터진 웃음보는 잡아 쥐기가 쉽지 않았다. 제어를 할 수 없는 내가 마치 조종 당하는 인형같이 느껴졌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돼'는 걸 알면서도 헤프게 웃고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는 적은 술에 취해버린 내가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시끄러워진 나를 보며 괜히 술을 권했다는 후회가 담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를 옆에 두고 떠들어서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 목소리에는 웃음이 잔뜩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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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잦지만 술을 못하는 직장인을 여자친구로 둔 남자친구는 무모한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곧 후회하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게다가 장거리 연애를 하는데 오랫만에 만난 그 날을 망쳐(?)버렸습니다.
올 겨울 부산행 여행을 하며 생각나는 대로 적어내려 갔습니다. 그 메모를 오늘 찾았습니다. 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뭐가?).
